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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다

미술생각

by DORR 2019. 9. 17. 13:5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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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, 미술. 

 

처음 기억은 아주 어렸을 때,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

친구를 따라서 미술 학원에 간 기억이다. 

 

다른 것은 잘 기억나지 않고

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렸던 것은 떠오른다. 

 

나보다 한 살인가 많은 예쁘장한 여자애(당시에는 언니)가

있었는데, 그 애는 크레파스를 분주히 문지르며 스케치북을

채워가고 있는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.

 

"꼼꼼히 칠 해. 꼼꼼히."

 

어린 시절 미술학원 덕분인지 그림 그리기 대회나 

과학 상상 그림 대회 혹은 여러 학교내외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

종종 상을 받았었다. 

(사실 그림 그리기보다 글짓기나 독후감 상을 몇 배는 더 받았다.)

 

두 번째 기억은 고등학교 미술 시간이다. 

 

인문계 고등학교라 1학년 때는 음악을 

2학년 때는 미술을 배웠다. 

 

역시나 다른 것은 다 기억나지 않고 미술 실기 시험을

 '유화'를 그리는 것으로 봤었다.

 

처음 접하는 아크릴 물감은 밥 로스를 떠올리게 해서 그런지

신나고 재미있었다. 

 

달력의 그림을 보고 어두침침한 바다를 그렸던 것 같다.

처음 그려보는 유화였는데 실기 점수도 잘 받고 

반 친구가 그 그림을 자신에게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. 

 

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, 

그림을 그리고 싶다. 

 

종이를 눈 앞에 마주하고 연필을 들었을 때, 

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브젝트를 그려내고 싶다.

술술 그리기는 힘들어도 더듬더듬 지우고 다시 그리고

그렇게 반복하며 머릿속에만 있는 형태를 

눈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

그처럼 또 매력적인 일이 있을까.

 

결심을 실행에 옮기고 

이제 시작하기로 한다. 

 

처음 크레파스를 집고 

그 몽툭하고 동글하고 부드러운 것을

하얀 종이 위에 미끌어뜨릴 때의 

설레임을 상기시키며. 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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